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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이후에 대하여
신발 제조 지식을 바탕으로 디자인 이후의 단계에 대한 고민의 과정과 실무자의 페인포인트에 초점을 둔 솔루션 개발 과정에 대해 소개합니다.

만들고 싶은 신발이 있습니다.
디자인은 멋지게 나왔습니다. 진짜 만들어서 팔아보고 싶을 만큼요. 그런데 막상 제작하려고 하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어떤 것들을 파악하고 준비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생산을 맡아줄 곳을 알고 있거나, 제조를 담당하는 동료가 있다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사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디자인은 해봤어도 신발을 만들어본 적은 없다면 상황이 다릅니다. 어디서 만들 수 있는지, 몇 족부터 가능한지, 얼마가 필요한지 고민하게 됩니다.
저도 제 전문 분야가 아닌 일을 시작할 때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면 해볼 수 있겠다’ 싶어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면 다음 단계를 몰라 멈추곤 했습니다. 머릿속에 처음부터 끝까지의 업무 흐름이 없으니,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누구에게 요청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더라고요.
슈캐치를 사용하는 분들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완성했지만, 그다음 순서를 몰라 헤매는 순간 말입니다.
제조 실무자 출신으로 서비스를 기획하는 저희는 그 막막함까지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이 신발, 정말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사용자가 무엇부터 확인하면 좋을지. 지금 저희가 기획하고 테스트하는 ‘디자인 이후’의 워크플로우는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디자인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면, 잘 만든 시안도 화면 속에서만 존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과 함께,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제조사에게 필요한 것은 ‘갖춰진’ 디자인
제조 경험이 있거나 협업할 파트너가 있는 실무자라면, 디자인을 보며 대략적인 다음 순서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가능 여부를 물어볼지, 어떤 정보를 준비할지, 무엇부터 조율할지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나 혼자 브랜드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그 순서 자체가 낯설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 정리해서 문의해도 될까?”
“예산을 먼저 말해야 하나, 견적을 먼저 받아야 하나?”
“소량으로 시작하고 싶은데, 몇 족부터 가능한 걸까?”
저희는 이 막막함을 단순히 제조사를 찾기 어려운 문제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제조사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조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연결되기 전의 준비부터 도울 필요는 없는지 고민하게 된 이유입니다.
첫 번째로 풀어보려는 문제는 ‘판단할 기준이 없다’는 것
제품을 만들고 싶어도 수량과 비용을 가늠할 수 없으면 계획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모르니 예산을 정하기 어렵고, 예산에 맞는 디자인인지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제조 상담을 받은 뒤에야 예상과 다른 조건을 알게 된다면 그동안 공들여 완성했던 디자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테스트하고 있는 신플 AI 견적은 이 단계에서 출발했습니다.
신플은 저희가 운영하는 제조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이번 기능을 고민하면서 먼저 생각한 것은 제조 의뢰 자체에 앞서, 사용자가 의뢰 여부를 판단하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할지 먼저 생각했습니다.
디자인을 바탕으로 최소 주문 수량(MOQ)과 예상 비용을 먼저 가늠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적어도 지금의 계획을 더 검토해 볼지, 수량이나 디자인 조건을 조정할지 생각할 출발점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 견적은 사용자가 제조 상담 전에 자신의 계획을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수치를 보여주는 방식도 고민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예상 견적을 확정된 발주 금액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지, 어떤 조건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실제 생산 조건은 소재와 사양, 제조사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입니다.
[신플 AI 견적 PoC 화면]
단일 이미지 업로드만으로 1분 만에 최소 주문 수량과 예상 비용을 바탕으로 제조 계획을 검토할 수 있도록 구현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머릿속 디자인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입니다
수량과 비용을 검토했다고 해서 곧바로 제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제품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경험한 일 중 하나는 같은 이미지를 보고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중요하게 생각한 디테일이 전달되지 않거나, 아직 정하지 않은 부분이 이미 결정된 사양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이 간격을 줄이기 위해 작업지시서가 필요하지만, 초심자에게는 작업지시서를 만드는 일부터 새로운 과제입니다.
무슨 항목을 넣어야 할지,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할지, 아직 모르는 부분은 어떻게 남겨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디자인은 완성했는데 문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다시 멈추게 되는 셈입니다.
슈캐치의 다음 버전에 추가하기 위해 개발 중인 작업지시서 자동 작성 기능은 이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입니다.
저희가 풀고 싶은 문제는 사용자가 처음부터 빈 문서를 앞에 두고 제조에 필요한 내용을 혼자 떠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자인을 출발점으로 검토할 초안이 있다면, 사용자는 자신의 의도와 맞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내용을 채우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 작성 이후의 과정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확인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양은 어떻게 구분할지, 제조 파트너와 협의할 부분은 어떻게 남길지까지 고려해야 실제로 도움이 되는 문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트 넘버링과 이름 입력 공수 절감을 위한 데이터 빌드 화면]
초심자뿐 아니라 숙련된 실무자도 겪는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줄이는 것 역시 저희의 목표입니다. 제품 이미지의 각 영역을 개별 파트로 인식하고 실무 용어에 맞는 이름을 자동으로 부여해, 사용자가 파트의 위치와 이름을 일일이 지정하는 수고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슈캐치 작업지시서 자동 작성 PoC 화면]
파트명과 소재 정보가 AI 작업지시서에 자동으로 기입되고, 사용자가 이를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보가 어떻게 작성돼야 하는지 사용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자유로운 편집도 할 수 있는 워크플로우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능을 잇는 기준은 사용자의 ‘다음 질문’입니다
두 기능을 기획하면서 저희가 그려보고 있는 흐름은 이렇습니다.
먼저 “이 디자인을 내 예산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플의 AI 견적으로 예상 단가와 MOQ(최소 주문 수량)를 가늠하고, 예산 안에서 생산하려면 어떤 조건을 조정해야 할지 검토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내가 의도한 대로 샘플을 만들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슈캐치의 AI 작업지시서는 디자인 의도와 필요한 사양을 정리해, 제조사와 구체적인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실무에서는 작업지시서를 전달한 뒤에도 바로 샘플 제작에 들어가기보다, 디자이너와 제조사가 여러 차례 의견을 주고받으며 사양을 수정하고 제작 방법을 조율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런 협의 과정까지 이어지는 워크플로우를 신플에서 완성하고자 합니다. 사용자가 매 단계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결정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말입니다.
신플에 제조를 의뢰하든, 직접 다른 제조 파트너를 찾든 수량과 비용을 검토하고 제작 의도를 정리하는 준비는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떤 제조 경로를 선택하든, 사용자가 자신의 제품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기준으로 기능과 흐름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이후의 막막함을 조금씩 줄이는 중입니다
저희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워크플로우를 기획하고, PoC를 통해 검증하며, 기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실무 경험은 문제를 발견하는 출발점이지만, 저희에게 익숙한 방식이 처음 제품을 만드는 사용자에게도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예상 견적이 다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 작업지시서 초안이 제조 상담을 준비하는 부담을 줄여주는지 사용자의 입장에서 확인하고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희가 어떤 문제에 주목하고 있고, 왜 이런 기능을 준비하고 있는지 먼저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기능이 정식 출시되면, 슈캐치에서 완성한 디자인이 제조 준비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실제 화면과 함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슈캐치에서 디자인을 완성한 뒤, 사용자가 다음에 할 일을 조금 더 쉽게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무엇부터 확인하고, 어떤 내용을 준비하고, 누구와 이야기를 시작하면 될지 알 수 있도록요.
“이 신발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실물 제작으로 이어지도록. 저희는 지금, 디자인 이후의 과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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